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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갈라파고스인 줄 알았는데

AI 시대, 코더와 아키텍트 사이에서. MoltBot 제작자의 '읽지 않은 코드를 배포한다'는 말에 무릎을 쳤다.

#AI#Tech#Thoughts#아키텍트#1인개발#시스템설계

나 혼자 갈라파고스인 줄 알았는데

요즘 프로젝트를 하면서 혼자 너무 깊게 파고드나, 갈라파고스 스상워이가 되는건 아닌가 싶었다.

근데 오늘 우연히 **'MoltBot 제작자: 나는 읽지 않은 코드를 배포한다'**라는 글을 보고 무릎을 쳤다. 집에서 재미로 코딩한다는 이 개발자, **"AI가 짜준 코드를 굳이 읽지 않고 배포한다"**고 한다. 에너지를 지루한 구현 검토에 쓰지 않고, **시스템 설계(System Design)**에만 쏟아붓는다는 거다. 덕분에 혼자서도 마치 거대 IT 기업 같은 속도로 결과물을 찍어내고 있다고.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구나."

이 묘한 동질감을 바탕으로, 오늘 윰과 밥 먹으며 나눴던 대화를 정리해본다.

"코더, 아키텍트, C레벨. 이 중에서 AI에게 대체되는 건 누굴까?"

내가 보기엔, 코더는 '가능해서(Capability)' 대체되고 있고, C레벨은 '책임(Accountability)' 때문에 대체되기 힘든 것 같다. 그럼 그 사이에 낀 아키텍트는? 여기서부터가 좀 재밌어진다.

구현의 마찰계수가 '0'인 시대

예전엔 아키텍처링 한번 연습하려면 비용이 너무 비쌌잖아. 설계하고, 팀원들 설득하고, 구현하고, 피드백 받고... 이거 한 사이클 도는데 몇 달, 몇 년임. 시니어 아키텍트라 해도 평생 이 사이클 몇 번이나 돌려봤겠어?

근데 지금 내가 해보니까 다르더라. AI 에이전트가 구현을 다 해주니까, 그냥 설계 던지면 바로 코드가 됨. 구현의 마찰계수가 0에 수렴하는 거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키텍처 엎었다가 다시 세우는 '고밀도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 거다. 경험치 쌓이는 속도 자체가 다른 느낌.

'읽지 않은 코드'를 배포하는 아키텍트

앞서 언급한 MoltBot 제작자의 말처럼, 이제 **"코드를 읽고 검토하는 일"**조차 사치일 수 있다. 대충 돌아가게만 만드는 '바이브 코더(Vibe Coder)'들은 쏟아지겠지만, 그럴수록 구현의 디테일에 집착하지 않고 **거대한 구조(Architecture)**를 장악하는 사람은 더 귀해지지 않을까 싶다.

구현이 쉬워지니까 오히려 잡다한 거(환경설정, 라이브러리 충돌) 신경 안 쓰고 **순수한 논리와 구조(Pure Logic)**에만 몰입할 수 있거든. 난 이걸 **"스트림라인(Streamlined) 된 개발"**이라고 부르는데, 내 의도가 왜곡 없이 바로 프로덕트로 꽂히는 그 느낌이 있다.

내가 만든 창을, 내가 만든 방패로 막기

근데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음. "내가 설계하고 AI가 짠다" → 이거 자칫하면 확증 편향 빠지기 딱 좋다. 옆에서 "이거 아닌데요?"라고 태클 걸어줄 동료가 없잖아. AI는 다 좋다고 하니까.

그래서 난 아예 '에이전틱 팀(Agentic Team)'을 꾸려서 돌린다.

  • 구현하는 놈
  • 내 설계 까는 놈 (악마의 변호인)
  • 돈 되는지 계산하는 놈

예전 같으면 이런 팀 꾸리는데 돈이 얼마야. 근데 지금은 내가 설계한 페르소나들로 나만의 '1인 군단'을 만드는 거지. 결국 현대의 비즈니스는 이 '파괴적 자기 검증'을 얼마나 잘 시스템화하느냐 싸움인 것 같다.

로제타 스톤의 순간

이게 진짜 먹힌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프로토콜 설계하다가 **"서로 다른 모델 쓰는 유저 데이터를 어떻게 비교하지?"**라는 문제에 부딪힘. 기술적으론 벡터 공간이 달라서 호환 안 되는 게 맞거든.

옛날 회사였으면 개발팀이랑 사업팀 모여서 "안 된다", "해내라" 하면서 몇 주 싸웠을 거다. 근데 AI 아키텍트랑 문답하다가 10분 만에 **"서로 다른 기준점(Anchor)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서 매핑하자"**는 답이 나옴. 일명 '로제타 스톤' 전략.

기술적 제약이랑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그 자리에서 융합해버린 거지. 이게 1인 아키텍트의 진짜 무기인 것 같다.

결국 '질문'이다

코딩은 이제 AI가 더 잘하는 것 같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대신 우리는 **"무엇을 만들까?", "이게 비즈니스적으로 맞나?", "리스크는 뭐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으로 바뀌는 거지.

답은 AI가 내고, 질문은 내가 하고.

자아실현이랑 비즈니스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심사숙고하는 1인 아키텍트들의 시대가 오는 것 같다.

일단 여기까지 정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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