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부동산학 - 어디에 깃발을 꽂을 것인가 (feat. 싱가폴 vs KL)
싱가포르에서 윰과 나눈 대화. '가성비 좋은 도시'가 AI 시대에도 살아남을까? 인류 레드팀 1만 명은 어디에 모일까?
AI 시대의 부동산학 - 어디에 깃발을 꽂을 것인가
싱가포르에서 점심을 먹으며 '윰'이랑 꽤 깊은 얘기를 했다. 주제 자체는 단순했는데, 끝까지 따라가니까 묵직한 시나리오가 하나 나왔다.
"지금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일해야 살아남을까?"
컨센서스/가버넌스/시스템 전문가인 윰,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잡다하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굴려온 나(스상워이). 싱가포르, KL(쿠알라룸푸르), 한국 이 세 선택지를 놓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윰의 시선: "KL은 미래의 개발자 허브다"
윰은 KL을 꽤 긍정적으로 봤다.
- 성장 에너지: 많은 기업이 KL에서 개발 인력을 채용하고 있고, 사람들도 절박함이 있어서 그런가 열심히 일한다. 도시 전체에 성장하려는 활기가 넘침.
- 압도적 가성비: 싱가포르랑은 비교도 안 되는 물가로 럭셔리하고 넓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 삶의 질(QoL) 면에서 메리트가 확실함.
미래의 개발자 중심지로서 KL이 뜨지 않을까? 하는 게 윰의 생각이었다.
ENTP 스상워이의 반박: "가성비의 끝은 0원이다"
근데 ENTP로서 반박을 참을 수 없었다. AI 신봉론자인 나는 KL의 개발자 커뮤니티가 5년 안에 사라질 거라고 본다.
현재 구조: 대형 회사들은 싱가포르에 HQ(또는 Asia HQ)를 두고, 개발팀은 KL 같은 곳에 저렴한 인건비와 오피스 유지비를 활용해 운영한다. KL 개발팀을 컨트롤하는 고급 시니어 개발자나 CTO는 싱가포르에서 고용하고. (팩트체크 필요)
근데 그 KL 개발팀이 5년 뒤에도 남아있을까? 그분들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맡은 업무 범위가 사실 코더 위 시니어개발자 아래 아닌가?
- 코더들? 지금 당장 저렴한 클로드 코드로 대체 가능하다.
- 시니어 개발자? 아무리 늦어도 2년 안에 대체 가능해질 텐데.
이건 KL이 못해서가 아니라 구조 문제다. '인건비 효율'로 승부하는 도시는 결국 AI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윰도 여기엔 동의했다.
그럼 미래의 거점도시는 어디인가
여기서부터 얘기가 더 나갔다. 20년 뒤의 미래에는 개발자도, 시니어개발자도 다 의미가 없어지고 필요가 없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어떻게 보면 일론 머스크 같은 인류 대표 1만 명만이 AI를 설정하고, 가이드하고, 아키텍처를 짜는 세상. (이것도 희망사항이지만)
이런 '인류 레드팀'은 무조건 on-site로 일할 거다. 네트워크 통신 가로채서 위조하고 변조하는 게 일상인 세상에서, 영상이든 메타버스든 실시간 위변조가 가능할 텐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 아무리 통신의 대역폭이 늘어도 - 메타버스든 뉴럴링크든 -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대역폭을 넘어서진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실리콘밸리를 한 달 정도 갔다 왔는데, 걸어다니다가 만나는 사람, 이벤트 가서 마주치는 사람이 그냥 대형기업 직원이고, C레벨이고, VC 직원이다. 이런 인력 인프라가 있는 곳에서 벗어나서 여유롭게 사는 것 자체가 '인류 레드팀'의 탈퇴 요건 아닐까?
또 사실 인류의 대다수가 실직할 수밖에 없는 미래에서, 거점도시는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생텀(Sanctum) 역할도 해야 할 거고.
(이거 완전 사이파이 ㅋㅋ)
거점도시 후보들
- 싱가포르: 이미 HQ도 많고, 고급 개발자·아키텍트도 많고, 아시아권 전역과 글로벌 규제·컴플라이언스·가버넌스 산업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곳. 미래에도 이런 식으로 포지셔닝을 잘 한다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는 거점도시가 되지 않을까.
- KL: 브렉시트 이후 더블린이 부상했듯이, KL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애매한 느낌.
- 한국: 굳이? K-갈라파고스에서? 한국인들이 뛰어난 것과 별개로 글로벌 싱크탱크 회사가 한국에 있는 건 상상이 안 간다. 물론 한국인들도 미래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 AI로 대체돼야 하는 인구를 인구수 감소로 해결하면서. (자조)
- 도쿄: 한국보다는 나아 보이기도?
이런 식으로 농담 반 진담 반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해봤다.
전제 조건 두 가지
물론 이 모든 공상에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 인류 레드팀용 생텀(Sanctum)이 과연 어디에 세워질 것인가?
- 우리가 레드팀에 들어갈 수 있는가? (혹은 들어가고 싶은가? 아니면 그들 꽁무니라도 따라다니고 싶은가?)
이상 스상워이의 공상과학 소설.